Getting Things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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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이유
AI를 활용하면서 실행 속도가 빨라지고, 내가 다루는 범위와 책임도 넓어졌다는 것이 근래에 체감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많은 일을 할 수록 어느 하나를 제대로 집중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많은 일을 하고는 있지만, 정작 임팩트를 내는지는 미지수인 상황이었다.
생각해보니 일을 할 때 무엇을 왜 하는지를 명확히 하지 못했던 것 같고, 나한테 들어오는 인풋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매번 새로운 세션에서 AI에게 던지기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현 시점에서는 AI 활용 능력도 중요하지만, 해야하는 일을 잘 설계하고 핵심을 놓치지 않은 채 제대로 끝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데이비드 앨런의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을 읽기 시작했다.
2분 생각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원하는 결과와 다음 행동을 명확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더라도, 무엇을 하려는지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지는 것만으로 그 일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그 일이 무엇을 위해 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AI에게 일을 던지고 실행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정작 내가 먼저 해야 할 생각을 지나치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업무가 들어오면 AI에게 전달하기 전에 혹은 그 일을 진행하기 전에 2분을 생각한다.
- 이게 무엇인지
- 왜 해야 하는지
- 진행하기 위한 다음 행동이 무엇인지
진행하기 위한 행동이 당장 실행 가능하다면 바로 진행한다. 그게 아니라면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에게 맥락을 전달한 후 위임하거나, 추후 일정을 확인하고 내가 진행한다. 이제는 적어도 그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다룰지는 정한 뒤 넘어가려 한다.
참고로 이것은 책에서 말하는 ‘2분 규칙’과는 다르다. 2분 규칙은 다음 행동이 2분 안에 끝난다면 바로 처리하라는 기준이고, 내가 말하는 2분 생각은 실행하기 전에 그 일을 이해하고 진행 방식을 정하는 시간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 규칙은 나에게 있어 정말 큰 변화였다. 막연하게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기는 상황에서, 이제는 무엇을 왜 해야 하고 어떻게 진행할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아는 상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리에서 얻은 집중과 자신감
해야 할 일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을 때는 한 작업을 하면서도 다른 일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오늘 아침에 온 요청, 회의에서 나왔던 안건, 어제 아티클에서 봤던 AI 하네스 구성, 읽고 싶은 책, 해보고 싶은 일 등등.. 지금 무엇을 진행하고 있고 무엇이 남아 있는지 명확하지 않으니, 다른 일을 잊을까 봐 머릿속에 계속 붙잡아두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 작업을 하는 도중에도 다른 일이 계속 떠올라 집중력이 빠르게 고갈되었고 지금 하는 일에 온전히 몰입하는, 책에서 말하는 ‘존(zone)’에 들어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모든 일을 꺼내 원하는 결과와 다음 행동으로 정리했다. 막연하게 할 일이 많다고 느끼는 것과 내가 가진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었다. 정리하고 나니 지금 할 일이 명확해졌고, 지금 진행중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다만 한 번 정리했다고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요청이 들어오고 진행 상황이 달라지면 목록도 다시 현실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간검토는 내가 가진 일을 다시 파악하고, 정리하면서 얻은 집중과 자신감을 유지하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이번 주에 진행한 일과 남아 있는 일, 다음 주에 다룰 일을 살펴보며 지금 무엇에 집중할지 다시 선택하는 것이다.
빠른 대응을 넘어 취향과 기준으로
책을 읽으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경쟁력으로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책에서도 눈앞의 일만 처리하느라 통제력을 잃는 상황을 경고하고, 갑자기 들어온 일도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어떤 일을 우선하고 무엇을 적절한 대응이라고 판단할지는 각자의 상황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그 선택을 이끄는 기준은 나 스스로 정해야 한다.
이 내용을 읽으며, 그렇다면 나는 어떤 기준으로 대응할 일을 선택해야 하는지 생각해봤다.
AI 덕분에 대응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지만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일에 대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대응 능력의 핵심은 빠르게 처리하는 것뿐 아니라, 무엇에 대응하고 무엇을 거절할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정하는 나만의 취향과 기준에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취향과 기준을 갖고 대응한다는 것이 매번 충분히 고민한 뒤 행동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비스 장애처럼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우선 피해를 줄이는 행동부터 해야 한다. 이때는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기준이 이미 분명하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응 속도를 늦추자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무엇을 해결하려는지와 어떤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놓치지 말자는 것이다.
결국 긴급한 상황에서는 대응의 목적을,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와 결과를 기준으로 삼으려한다. 그래야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들어오는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
원하는 방향으로 일하기
책을 읽기 전에는 중요한 일에 집중하면서도 다른 일을 잘 처리하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읽고 적용하면서, 내 일을 통제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방향을 정하는 것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현재의 행동과 프로젝트뿐 아니라 책임 영역, 목표, 장기적인 비전, 삶의 목적과 원칙까지 살펴보도록 한다. 당장 해야 할 일을 정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더 큰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생각하는 것이다.
일이 흩어져 있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방향을 생각하기 어렵다. 반대로 일을 잘 정리했더라도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면 들어오는 일을 처리하는 데서 멈출 수 있다.
실제로 내 일을 정리하고 통제하면서 한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상위 목표가 명확할 때 지금 해야 할 일을 판단하기도 쉬워졌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결과를 향해 각각의 실행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AI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날수록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전에 내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지금 하려는 일이 그 방향과 연결되는지를 먼저 생각하려 한다.
마무리
처음에는 당장 해야 할 일을 잘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일을 대하는 방식 자체를 돌아보게 됐고, 결국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지까지 생각하게 됐다.
일을 정리하고 통제하는 것이 단순히 더 많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미래를 생각하고, 그 방향에 맞춰 무엇을 할지 선택할 여유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I를 잘 활용하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점도 더욱 명확해졌다. 먼저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하고, AI는 그것을 이루기 위한 도구여야 한다. 앞으로는 AI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보다, 내가 무엇을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