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는 또 하나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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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글을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예전에는 문장을 따라 읽으며 작가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어떤 고민을 거쳐 결론에 이르렀는지 살펴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과정들을 생략한 채 필요한 답만을 먼저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 글에 담긴 과정들과 경험, 감정들을 놓치게 되는 것 같고요.

이제는 AI로 글을 작성하고, 그렇게 쓰인 글을 다시 AI로 요약해 읽는 일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간혹 자기 생각을 전하기 위해 공들인 블로그 글을 만나면 되게 기분이 좋습니다. 글이 주는 정보가 저에게 필요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직접 겪은 일과 고민한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정보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것들을 배울 수 있게 되거든요.

그리고 이런 글을 읽고 나면 AI 요약 단 몇 줄만으로 이해했다고 여겼던 제가, 그 사람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너무 쉽게 지나쳐버린 것만 같아서 작가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지기도 하구요..

그래서 최근에는 관심 가는 글을 보면, 필요한 답을 찾기보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 나가고 있습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문장에 잠시 머물고,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서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질문을 댓글로 작성도 해보고요.

그렇게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제 경험을 비추어보다 보니,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제 블로그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내 블로그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을까?

내가 보여주고 싶은 글

저는 저의 판단과 경험이 들어간 글을 작성하고 싶습니다.

처음 작성한 멋쟁이 사자처럼 11기 해커톤 - React Hook Form 적용기는 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거창한 생각으로 시작한 글은 아닙니다. 주변 친구들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멋있어 보였고, 그게 하나둘 쌓여있는 게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공부한 기술을 정리하며 하나둘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욕심은 있었는데 계속 쓰다 보니 점점 흥미를 잃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글을 쓰기 위해 공부할 거리를 찾고 있는 제 모습이 보였고, 글쓰기가 목적이 된 것만 같아서 필요성을 잃게 되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회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을 설명할 때와는 분명 달랐습니다. 제가 겪은 일을 쓰는 건데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하려니 막히는 부분이 있었고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분명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문장으로 옮기려니 이유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하고 고쳐 쓰면서 제가 했던 일을 다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고 배우는 사람이 꼭 독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되돌아보니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배우고 성장하고 있었으니까요.

그걸 알고 나니 다른 사람의 글에서도 조금은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만이 가진 경험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기까지 내렸던 여러 판단, 나아가 판단에 다가가는 과정들까지

물론 저의 경험에 빗대어 본다곤 하더라도 글을 완벽히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더 넓은 시야에서 글이 읽히기 시작했고, 글에 저의 경험이 대입되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것도 이렇게 해보면 괜찮겠다라는 감정 그리고 그것을 실제 액션으로 이어가기까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의 글에서도 결과뿐 아니라 판단의 과정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런 글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무엇을 써서 해결했다는 결과에 그치지 않고, 어디서 막혔고 무엇을 고민했는지, 왜 그 선택을 했는지, 지금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저의 판단과 경험을 말이죠.

글을 읽는 또 하나의 방법

제가 쓰면서 배운 것을 독자가 똑같이 경험하고 보진 않을 겁니다. 같은 글이라도 읽는 사람이 어떤 경험을 했고,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니까요. 제가 중요하게 쓴 부분보다, 짧게 덧붙인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더 와닿을 수도 있겠죠.

제가 중요하게 쓴 문장, 시간과 수고를 들여 작성한 문단을 알아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다 보니, 관심 있는 글도 읽을 여유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AI의 답변을 읽고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피로해져, 더는 텍스트를 읽고 싶지 않을 때도 있고요.

읽을 여유를 만들어드릴 수는 없지만, 조금 더 편하게 제 글을 접할 방법을 마련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그 고민 끝에 시도한 방법이 TTS입니다.

물론 AI의 목소리가 사람처럼 자연스럽지 않고, 문장 사이의 호흡이나 억양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은 조금씩 다듬으며 저의 이야기를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합니다.

읽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속도로 글을 읽고, 듣고 싶은 사람은 목소리를 통해 제 경험을 만나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제 이야기가 누군가의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글을 쓰고 전할 방법을 고민한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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